가정교육의 필요성

오전 체육관에서 샤워하고 출근하는 길
계단에서 올라가는데 내 얼굴 바로 앞으로 엄청난 속도로 물건이 날아와 쇠문에 부딪히며 날카로운 소리가 났다.

정신을 차려 자세히 보니 수영장키였다
금속키가 고무밴드에 달린 형태인데, 잘못 맞으면 피부가 찢어지거나 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그렇게 강한 속도로 날아온 이유는 던지지 않고 발로 찬 것이어서 그랬다.

남자 초등학생 몇 명이 우루루 떨어진 열쇠를 잽싸게 주워 수영장으로 막 들어가려 할때
‘야 너희는 미안하다는 말도 안하냐?’라고 내가 언짢은 투로 말했다.

애들은 한동안 말없이 멈춰서서 계속 멀뚱하니 내 얼굴만 보고 있었다
더운날씨에 화를 내봐야 도움이 안될거고, 그냥 돌아서서 출근하는 길로 향했다.

지하철로 출근하는 내내, 기껏해야 우리 애 또래인 열살 짜리 아이들에게 과하게 나무랬을까하고 생각이 머리를 맴돌았다
잘한걸까, 잘못한걸까, 더 나은 대화 방식은 없었을려나…

살면서 ‘미안하다’라는 말은 참으로 잘하기 어렵다.
미안할 ‘짓’을 해서 미안한 것도 있지만, 연락을 못해서 미안하거나 한 안타까움도 하나의 미안함일 것이다.
자주 ‘미안한데 이것이것 좀 해줘~’하고 요청하는 사람의 말에는 전혀 미안함이 묻어있지 않다. 관용적 표현이니까.
한국 문화에서는 칭찬하는 법과 사과하는 법을 제대로 가르키거나 배우지 못한다.

우리 애가 가장 많이 실수하는 표현은 바로 ‘죄송해요’ 다.
별로 죄송하거나 사과할 상황이 아닌데 ‘죄송해요’라는 표현을 자주 해서 와이프에게 엄청 혼나기도 한다.
그럴땐 혼나면서 또 ‘죄송해요’ 한다. ㅎㅎ

부모가 ‘미안하다’는 그런 표현을 하지 않는다면 결국 자식은 미안한 상황에서도 ‘미안하다’라는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서양인들처럼 약간 쉽게 ‘Sorry’라 말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한다.
(물론 정말 미안할 ‘짓’을 하는 사람은 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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