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에 대한 단상

 예전에 연애할때 죽으라 좋아하던 친구가 여자랑 헤어질때는 많은 걱정을 했다. 하지만 그 친구는 다른 여자 친구를 사귀면서 또 죽을정도로 좋아했고 헤어지면서 또 죽느니 사느니 했다. 그렇지만, 또 다른여자를 만나고 또 헤어지고 그러다 지금은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산다.

 근원적으로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연애 상대가 바뀌더라도 연애의 방식에 있어서는 큰 틀에서 바뀌지 않는다. 또한 다른 사람을 만나더라도 근원적으로 좋아하는 포인트는 동일할 것이다. 균형미 넘치는 섹시한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가 이제동을 만나 사귈 일은 파란하늘에 벼락맞는 확률과 비슷할 것이다.

 사람을 바꾸려는 시도는 불합리한 것이다. 결혼이라는 것도 서로에게 ‘맞는’ 상대를 찾는 것이지, 사람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 아랫사람은 윗사람을 바꿀 수 없다. 자식이 부모를 바꿀 수 있을까?

 결국은 스타일의 문제인 것이다.

 내가 일하는 스타일, 말하는 스타일도 나이가 들면 고착되며 실제 조사를 하지 않았지만, 대충 그 시기는 20대 초중반에 모두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학교 다닐 때 ‘왕따’같은 대우를 받던 친구가 대학 다닐때는 각종 모임을 주최하고 수십만의 온라인 까페 회장이 되었다. 그 과정은 쉽지 않았을 것이지만, 20대를 넘어가면 그렇게 자신을 변모시키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내 자신을 바꾸는 ‘계기’라는 것을 자주 돌아다 본다. 경험적으로 그 ‘계기’는 당시 내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의 ‘상실’ 이나 그 상실감으로 오는 ‘후회’ 같은 부분이 많이 작용했던 것 같다. 그런 성장통을 통해 나 자신이 많이 발전됐다고 스스로 생각이 드는 건 착각일지도 모른다. 우연히 만난 10년 지기 대학후배  20년 지기 초등학교 동창에게 듣는 말은 항상 같았다.

  ‘똑같네’

 결국 난 내가 무엇을 하든 어떻게 살든 과거부터 일관된 스타일을 고수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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