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결정의 함정

일요일 밤 늦게 서점에 들러 런던에 관한 서적을 찾아 둘러봤다. 책은 지도에서 여행책자까지 종류만 수십가지였고, 저자도 신문잡지사 기자부터 연예인까지 다양하게 있었다. 웃기는 건 모든 여행 안내서들이 다 먹을거, 살거, 볼거, 해볼거 등을 구분해 놓고, 좋은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가게의 전화번호와 가격대, 특징을 덧붙여 나열해 놓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선택한 책은 런던 지하철 티켓과 트래블 패스를 구분해 놓고 편리하게 지하철 티켓 사는 법까지 설명해 놓은 책이었다.

Framework 기반의 사고는 MECE한 사고의 틀을 강제해 빠진 부분이 없게 한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선택을 어렵게 한다. 살인적인 물가와 돈이 모이는 국제도시라는 상황을 감안할 때, 런던 시내에서의 멋있는 쇼핑과 먹을거리를 찾아 나서는 것보다는 일단 Heathrow 공항에서 숙소로 안전하고 빠르게 가는 것이 내게는 더 중요한 것이다. 가끔 개인의 삶에서 목격되는 중요한 실패는 가장 중요한 기본을 망각하고 있을 때 발견된다. 사회적으로 성공해 보이는 사람이 개인적으로 혹은  가정에서 그렇지 못한 경우도 우선 순위의 조정 실패에 기인한다. (사회적 성공을 위해 가정의 불행을 감수할 의사결정을 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Business의 실패 역시 기본적으로는 사업 의사결정의 문제에 기반한다. 사업의 가장 중요한 기본과 핵심 본질을 망각한 채 사업을 추진하고, 사업의 우선 순위를 설정하지 않은 채 결과만을 중시할 때 발생한다. 실제 사업이 실패하는 경우는 의사결정자들이 잘못된 의사결정을 선택하는 경우보다 사업의 우선순위를 설정해 주지 않아 시장, 경쟁, 고객 사이에서 구성원들이 혼란을 겪을 때 흔히 발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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